본문 바로가기
워럭맨이 되기 위하여/부업(배달, 기타 부업정보)

2020년 12월 14일 배민 커넥트 일지(추천인 : BC944211), 칼바람에도 자전거는 멈추지 않아

by 워럭맨 2020. 12. 16.
반응형

 [2020년 12월 14일의 배민커넥트 일지]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 속을 달리다. 

 정말 너무 추웠다. 살을 에는 바람이 너무 차가워서 배달을 하기 너무 힘든 날씨였다. 하필이면 이날 배달을 하려고 하다니.. 오랫동안 쉬다가 간만에 다시 시작하려고 잡은 날이 너무 차가운게 야속했다. 사실 이날은 회사를 마치고 배달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는데, 갑자기 문득 배달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추위 핑계로 운동도 너무 안 한 것 같고, 배민 커넥트로 쌈짓돈 벌어본 것도 오랜만인 것 같아서, 퇴근 후 그냥 무작정 자전거를 타고 나섰다. 사무실 안에 하루 종일 있다 보니 밖이 얼마나 추운지 알지 못했다. 평소에 실내난방이 잘 되어 있으니까 출퇴근 복장으로 옷도 얇게 입었다. 심지어 배달을 위해 겨울철 자전거를 탈 수 있을 만한 장갑도 없었다. 그런 채로 하필이면 12월 들어 가장 추운 이 날 배달을 해버렸으니, 손이 남아나지 않았다. 이 날은 그냥 '간만에 배달을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한 것 치고는 너무 처절하게 추위 속을 내달렸다. 사실 이틀이 지나 타이핑을 치고 있는 지금도 가벼운 동상으로 인해서 손이 따가울 정도로, 당시에는 정말 죽을 것 같이 추웠다. 보통 배달 한 번을 하면,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픽업지와 전달지까지 왔다갔다 거리는 1~2km의 거리 정도는 달리게 된다. 손이 따뜻한채로 배달을 시작하면, 대개 1~2분 안에 손이 꽁꽁 언다. 감각이 마비되는 정도를 넘어 찢어질 듯이 아파서 피가 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고통이 극심해질 때 쯤, 전달지에 도착하게 된다. 다행히 따뜻한 물이 나오는 화장실이 있는 곳이라면, 온수를 이용해 손을 녹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마냥 입김으로 언 손을 호호 불며 녹일 수밖에는 없다. 이 날은 총 다섯 건의 배달을 했다. 각각 감자탕, 복어탕, 떡볶이, 감자탕, 삼겹살이었다. 컨디션은 괜찮은 편이었지만, 강추위에 다섯 건 이상 할 수가 없었다. 너무 추워서 땀도 나지 않고, 운동도 안되는 느낌이었다. 온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손 발은 꽁꽁 얼어붙었는데, 대체 왜 이 날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배달을 했는지... 사정이 있긴 있었지만..

태어나서 먹어본 중에 가장 맛있는 우동을 먹었다.

 살도 뺄겸 해서 밥을 거르거나, 최대한 가볍게 먹고 배달을 하려고 했지만, 계속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배달 건수 때문에 네건의 배달을 마치고서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미 저 네 건의 배달을 완료했을 때 쯤에는 손이 너무 쓰라리고 아픈 동상의 증상이 있었기 때문에, 그냥 가볍게 떼우고 싶었지만, 따뜻한 걸 속에 넣어줘야 할 것 같아서 김밥천국을 찾아 우동을 시켰다.

 똥집골목 맞은편에 위치한 김밥천국 신암점이었다.

 

- 상호 : 김밥천국 신암점(분식)

- 전화번호 : 053-939-1008

- 주소 : 대구 동구 아양로 50(신암동 214-11)

 김밥천국 대구 신암점 메뉴판, 역시 가난한 배달부를 위한 저렴하고 맛있는 식사, 가격대도 좋았지만 사실 김밥천국에서는 뭘 시켜 먹어도 다 아는 맛있는 맛이다.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 시킨 김밥천국의 우동. 

 

 우와, 정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우동이었다. 속이 꽁꽁 얼어붙은 채로 들어가 바들바들 떨면서 우동 하나를 주문하고, 따근한 국물 한 모금과 김이 모락모락나는 우동면빨을 후루룩 먹으니 속이 따뜻해지면서, 추위가 가시는 듯 했다. 정말 태어나 먹어본 우동이란 음식 중 가장 만족도가 높은 우동이었다. 이 우동의 감동이 너무 강렬해, 강추위가 기승을 부릴 이번 주 내내 배민 커넥트를 하면서 매일 우동을 먹기로 했다. 

 정말 맛있었다. 겨울철 최애 음식이 되어버렸다. 역시 환경이 모든 걸 결정한다.

 

 뜨뜻한 우동 한그릇을 하고, 다시금 채비를 해 배달길을 나섰다. 몸이 조금 녹은 듯 했지만,..

 

5건, 3.6km, 15,900원의 수익을 거두다.

 시간이 그리 오래지 않아, 조금 더 많이 하려 했지만 무리해서 배달을 강행함에 있어 10시 반까지는 배달을 마무리하겠다고 약속을 한지라, 우동을 먹고 몸을 녹인 후 딱 한 건의 배달만 더 한 후 마무리했다. 성과는 3.6km 거리의 5건의 배달로 인한 15,900원의 수익이었다. 보험료와 세금을 떼고 나면 실 수령액은 훨 줄어들겠지. 일 자체의 난이도보다, 극악무도한 날씨 덕분에 정말 고생스런 배달이었다. 그렇지만, 우동의 참맛을 알게 된 날이었다고나 할까. 여튼 충동적으로 시작했지만 끈기있게 5건의 배달을 마무리한 뿌듯한 날이었다.

P.S. 이날, 12월 14일 구글 서버가 다운되었다. 구글 애드센스가 없는 나는 뭐가 남을까? 를 생각해보았다.

 힘든 배달을 하면서, 배달 하는 중간중간 내 블로그 애드센스 수익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한 번씩 조회하면서 힘을 냈다. 내가 부업인 배달일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내가 써둔 글로 인해 저절로 수익이 발생하는 건 그 수익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힘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창 배달을 하고 있던 밤 9시 무렵, 잠깐 자전거를 멈춘 사이 조회를 해본 구글 애드센스 홈페이지가 열리지 않았다.

 

 500. That's an error.

 There was an error. Please try again later. That's all we know.

 

 500번대의 에러다. 에러가 있었다. 다시 한번 해봐라. 그게 우리가 아는 전부다.

 

 무슨 이런 무책임한 말이 다있어? 어? 구글 애드센스가 다운되었다고? 유튜브도 안 들어가지네? 내가 수년간 키워온 티스토리 블로그가 다 허사가 되는 건가? 구글 서버가 공격을 당했나? 물리적인 사고가 있었나? 구글에 무슨 일이 있거나 카카오에 무슨 일이 있으면 내가 공들인 수익구조는 다 무너지나? 그렇다면, 일을 하지 않고도 꾸준한 수익이 발생하는 새로운 수익구조를 찾아야하나? 이렇게 공을 들여놓은 티스토리 블로그와 애드센스라는 수익구조가 없다면, 내 잠재력은 얼마나 있다고 가늠할 수 있지? 순간, 오만가지 복잡한 생각이 다 들었다. 이내 허탈했다. 배달을 해봤자, 일 마치고 열심히 해서 많아봐야 하루 2~3만원. 내가 하는 만큼 수익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의 한계가 명확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할 수도 없는 육체적 노동이다. 구글 애드센스가 없다면, 네이버 애드포스트를 극대화 시키는 방향으로 접근을 해야하나? 그건 시장성이 있나? 카카오 애드핏도 그렇게 믿음직하지 않은 수익구조인데...수 년간의 블로그 활동이 물거품이 되는건가...하는 생각들. 생각보다 굉장히 구글 애드센스에 정서적으로 의존을 많이 하고 있었다. 실제로 수익이 많이 발생하지도 않으면서, 장래에 수익이 많이 발생할 것을 기대하면서, 그것에 내 미래를 걸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게 좌절되었다고 생각한 몇 분간 정말 지옥을 오갔었다. 괜한 기우였는듯 수익이 정상화되었지만, 여전히 내 인생에서 구글 애드센스를 뺐을 때도, 내가 원하는 수익구조를 확보하는 데 성공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었다. 구글같은 단일한 매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활로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춥고 힘들었다. 살이 얼마나 빠졌는지, 목표한 이번주 금요일까지 목표한 몸무게인 70kg까지 감량할 수 있을 것인지(2kg남음) 모르겠다. 몸이 많이 힘들어서, 좋지 않은 생각도 자주 나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더 열심히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춥고 성과가 적은 배달이 끝났다. 15일엔 14일의 추위가 생각나 단단히 무장을 하고 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배달이 좀 쉬웠고, 성적도 더 괜찮았다. 이번주까지만 힘내서 배민을 해볼 생각이다. 기한인 금요일까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힘내야지.

반응형